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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은 거들 뿐.(3)

왼손은 거들 뿐. 2008. 1. 5. 13:27
뜨거운 코트를 달구며 너에게 가고 있어. 우리 함께 한 맹세위에 모든 걸 걸수 있어. 힘든 시간들이지만 난 웃을 수 있어. 언제까지나 나를 믿고 사랑할 네가 있잖아. 저기 환호하는 사람들 속에 너의 시선을 느껴. 놓치지 않아. 바로 지금이야!(슬램덩크 박상민)  이 노래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왼손은 거들 뿐(1)에 남겨놓기는 했지만 박상민씨가 부른 너에게 가는 길이라는 곡의 가사입니다. 사실 저는 이 곡의 제목은 잘 모르고, 그냥 슬램덩크 OST로만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제 옆에서는 슬램덩크 만화책이 놓여있긴 한데 한편으로는 재미있네요. 만화속의 강백호는 언젠가 제게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였는데 이제 강백호는 제가 동생이라고 부를 나이라는 것이 조금 믿기지가 않아서 그럴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스포츠 만화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슬램덩크는 만화책으로 팬들에게 많이 어필하기도 했던 만화 그 이상의 상징성을 지녔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SBS에서 만화로도 방영되었던 시절에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팬층을 거느리기도 했었던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과외 하던 녀석에게 황영조가 누군지 아냐라고 묻는 것보다 슬램덩크를 아느냐라고 물었을 때 대화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처럼 슬램덩크는 묘한 매력을 지닌 만화였습니다. 사실 등굣길에 이 당시만 하더라도 열쇠고리라던가 뱃지까지 슬램덩크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채치수와 강백호, 서태웅, 윤대협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TV에서 만화로 방영되던 시절인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가 문득 기억이 나네요. 친구들과 밥을 빨리 먹고 티비를 틀어서 만화를 보고, 만화가 없는 날에는 KBL 농구시간이 맞으면 잠깐이나마 봤던 기억도 납니다. 사실 그 때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농구 인기가 더 좋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농구도 팬들에게 주목도 적잖이 받았던 시절인 것 같습니다. 슬램덩크가 그 때만 해도 완결이 되지 않았었고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다 모다 하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 많이 보급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상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편이 항상 기다려지던 만화.

슬램덩크에는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다보니 선수 개개인이라던가 인물에 대해서 몰입해서 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가장 인기가 좋던 선수는 윤대협으로 기억합니다. 일본만화로 직접 보면 센도라고 나오더군요. 서태웅은 루카와라고 나오고 말이죠. 일본인 친구와 기회가 닿아서 슬램덩크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단연 윤대협을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더군요.

슬램덩크를 처음 1편부터 보다보면 웃음으로 시작해서 끝이 날 때쯤에는 성숙함과 더불어서 끝난다는 느낌을 제 개인적으로 받았습니다. 모랄까요. 처음에는 익지 않은 풋풋함이 베어났다면 끝날 무렵에는 잘 숙성된 포도주 같은 향이 베어난다고 할까요. 군입대전에는 마냥 아이 같던 북산의 선수들이 제대할 무렵인 것처럼 막판에 갈 무렵에는 모두 팀워크라던가 정신적인 성숙을 이룬다고 보였거든요. 저만 그런가요.(웃음)

사실 슬램덩크를 보면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하교길에 다음권이 나올 때 다들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를 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학급의 한 친구는 양호열이 갑자기 농구를 하기 시작한다더라라는 나름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퍼뜨려서 친구들의 관심을 모았던 기억도 나네요. 아마 이렇게 만화책을 열심히 봤던 시절은 정말 이 때가 저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드래곤 볼이라던가 닥터 슬럼프, 소년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 많은 만화들이 있었는데 꾸준히 본 만화는 사실 없었거든요. 심지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 중에 하나인 야구의 H2조차도 다 보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 보면 친구들이 신기해하죠.



왼손은 거들 뿐.

조금 과장하면 슬램덩크는 제게 인생의 일부분을 가르쳐 주었다고 해야 할까요. 공짜는 없다라는 것을 정말 여실히 느끼게 해준 만화입니다. 사실 만화에서 무엇을 배웠다 느꼈다라고 이야기하면 피식 웃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런 배경에는 1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채치수가 그 가운데 있었구요. 사실 아시다시피 슬램덩크를 보신 분들이라면 채치수는 덩치만 있지 처음에는 기량이 정말 형편없던 신입생에 불과했었습니다. 중학 MVP 정대만은 그에 비해서 기량적으로는 이미 검증이 끝났던 고교 특급이었구요.

그러나 그의 눈물겨운 노력은 정말 노력하는 자를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기에 충분했었습니다. 거기에 근성까지 겸해져서 한 팀의 주장이라면. 혹은 사회에서 내가 리더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정도 마음가짐은 있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이런 부분 때문에 고교 때 저희 작문 선생님께서 슬램덩크를 가지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1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있죠?(웃음) 슬램덩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와 일본 만화에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주제로 토론 아닌 토론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기억이 지금 스쳐지나 가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와 채치수를 비교하기에는 굉장한 무리가 있지만 고교 때 슛이 안들어가다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리바운드라고 생각해서 리바운드만 잡아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태웅이 마지막에 강백호에게 패스를 하기 직전 강백호는 왼손은 거들 뿐이라고 말하지만 제가 하려고 했던 것은 왼손으로 공을 걷어내려고 했던 것 이었죠.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만큼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재미에 빠지게 됩니다. 데니스 로드맨, 데이비드 로빈슨, 하킴 올라주원, 팀 던컨 그리고 채치수. 드리블이 서툰 아이에게 농구를 즐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던 선수들입니다. 공을 운반하는 법이 서툴다고 농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 게임을 이끌어나가면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고나 해야할까요. 너무 거창한가요?(웃음)



완결.

슬램덩크는 마지막권까지 나온지 이미 오래고, 2부가 나오는 것 아니냐라는 기대감도 가졌지만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책이 언젠가 또 나올까라는 생각도 한 번씩 하지만 슬램덩크는 이미 만화라는 장르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슬램덩크는 제게 청춘이라는 단어와 같은 선상에 걸려있든 단어 같습니다. 단순히 연령층에 대한 추억이라기 보다는 그 책의 상황과 설레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역동적인 어떤 힘이라고 해야할까요.

오늘 이 글을 마치고 농구 코트에 나가서 오랜만에 농구공을 만지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대학농구도 보러 다니고 농구장에도 종종 갔지만 이제는 농구 룰도 헷갈릴 정도로 농구에 대한 감각이 굉장히 무딥니다. 낙생 시절의 정훈이 성균관대 졸업하고도 이렇게 고생할까라는 생각도 했었고 이한권, 김종학이 아직 자리를 못잡는 것 보면 조금 안타깝습니다. 집안이 어려운 옥범준이 다시금 멋진 킬패스로 인해서 상대 인사이드진을 흔들어놓는 것을 보고 싶고, 중앙대의 박성진이 고교 때 미친듯이 던지던 슛감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교 랭킹 탑이었던 전주고 김학섭이 예전의 기량을 찾길 바라고, 중대시절에는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연습 때 점프하면서 림이 머리에 닿는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찰고무 같은 탄성을 가졌던 단대부고 시절의 허효진을 아직 기억합니다. 언젠가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농구와 인연을 맺은 팬이지만, 시간이 닿는대로 농구를 그저 보는 것이 아닌 과거처럼 즐겼으면 좋겠네요. 어찌 보면 때로는 과거 허재-이충희-김현준이 팬들을 코트로 불러 모으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지금만 하더라도 농구를 조금 본다는 친구들에게 대학농구 선수들은 커녕 프로농구 선수들 한 두 명만 대도 많이들 모르더군요. 하승진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가장 키 큰 선수라고 하면 “아. 그 선수요.”하고 알듯 모를 듯 끄덕이는 인원이 조금 있을 정도로 농구의 인기에 안타까움이 배어납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농구를 정말 즐기고 계신지요. 혹시 농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 중에 겨울에 보시는 것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가끔 시간 날 때마다 농구장을 찾곤 합니다. 아직도 부족한 실력으로 머릿수나 채우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농구장에 가면 보는 즐거움보다 하는 즐거움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색다릅니다. 글이 조금 길어지네요. 슬램덩크에서 백호가 소연이에게 건냈던 이야기를 끝으로 오늘 글은 마쳐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정말 그러신지요.

“농구 좋아하냐구요? 예. 좋아합니다.”

<사진-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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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쿼터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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